세계화의 일그러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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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일그러진 얼굴

  • 저자

    김병주/서강대학교 교수, 금융
  • 발간일

    1995-02-01
  • 조회수

    2,617
요약 내용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고쳐야 할 제도나 관행을 제때에 바로잡지 않으면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제화 또는 세계화라는 상황 변화가 우리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이나 공공 부문의 개혁은 아직 더디고 미흡한 형편이다. 우선 정부 부문부터 살펴보면 지난번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여린  APEC 지역 국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선언한 대툥령의 "세계화" 가 새로운 국정지표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 계획들이  아직은 크게 미흡하여 구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 느낌이다."세계화"의 진수는 경제에 있고 그 주역은 민간 기업들이다. 우리 사회의 세계화 운동에서는 이점이 망각되고 있어 정보가 발표한 세계화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놀랍게도 민간 기업계 인사들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세계화의 구호는 경제와 거리가 있는 정부 조직 개편과 인물 등용이나 정당 세력 다툼에 이용되어 마법적 주문으로써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른바 "문민"정부임을 항상 강조하는 현 정부가 세계화를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일로 착각하고 있는 느낌이다. 무릇 세계화는 전자ㆍ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 혁명이 확산됨에 따라 민간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이 영업 활동 무대를 전세계로 넓혀가는데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생산ㆍ영업지를 자유자재로 선택하며 지구 전체를 다각적인 사업 네트워크로 연결ㆍ통괄함으로써 전통적인 국경 개념을 사실상 붕괴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결국 국내의 기업 활동을 구속하던 구종 규제들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내 규제와 조세율이 지나치게 구속적이거나 높은 경우 기업은 경제활동의 소재지를 해외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자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계속하고 외국 기업들을 국내로 유치함으로써 자국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도록 각종 규제의 완화, 세율 인하등 유인 조치를 베풀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A국의 X기업이 해외에 생산 활동 본거지를 옮겨 그곳에서 고용 효과, 법인세 납부 효과를 통하여 기여하는 부분이 A국내에서보다 큰 경우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국내 진출한 외국인 Y기업이 역시 고용 창출과 조세납부를 통하여 A국에 기여하는 부분이 X기업의 기여분보다 큰경우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X, Y 두 기업중 어느 기업이 A국에 국민 경제적 기여가 크다는 의미에서 "A국의 기업"인가? 이처럼 국적보다 국민 경제적 기여도가 중요한 것이 세계화시대의 계산법이다.  정부는 지난달처럼 기업을 국내에 갇혀있는 경제 단위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국적의 구별없이 기업 활동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도록 여간을 조성하는데 게을리 할수 없다. 국경이 없는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정부의 기업관이 바뀌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공정 거래 관계에 있다. 종래의 대기업은 문어발의 무법자로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자로 보호ㆍ육성되어야 한다는 단순 논 리가 통용되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거의 신앙에 가까운 원칙이었다. 아직도 이러한 주장들이 상당한 유효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근래 우리는 몇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첫째,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problem)를 생각해보면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 결과로 경여인(즉 대리인)이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상반될 수 있는 단기 이익 실현에 주력하여 주주(즉 소유주 본인)총회에서 경영진의 유임과 보수인상을 노리는 경향이 추진 될수 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기업은 연구 개발 등 노력을 등한시하여 경쟁력 약화, 도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기업의 대규모화를 지지하는 논리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반면 이미 전개되고 있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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