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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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의 실상

  • 저자

    박우희/서울대학교 교수, 경제학
  • 발간일

    1995-05-01
  • 조회수

    2,604
요약 내용

 지금 일본 엔화는 1:80을 넘어 75까지, 아니 50까지라도 떨어질 것(엔 가치로는 올라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슈퍼 엔고의 원인은 기본적으로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대폭적인 경상 수지 흑자와 미국의 무역과 재저의 쌍둥이 적자에 기인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국제 외환 시장에서의 헤지 펀드가 주범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선 美, 日, 獨의 이자율 조작만으로는 어찌 할 수 없다.  작년 여름 일본 經團連의 도요다 쇼이찌로 회장과 동아일보 기사를 위한 인터뷰 때 필자는 앞으로 언제쯤 1:1이 될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잇다. 73년 360엔이던 것이 지금은 80엔인데 280엔이 22년만에 떨어졌으니 연평균 13엔 정도 하락한 셈이고 이런 추세로 가면 앞으로 6년 내에 1:1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물론 농담으로 흘리고 말았으나 지금으로선 퍽 현실적이다.  그런데 실은 360 엔에서 300, 거기서 250, 150, 금년 들어 100이 깨어질 때 일본은 언제나  정부, 기업, 국민할 것 없이 공황이니, 불경기니, 위기니 하며 한 목소리로 상상치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같이 엄살을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수출은 늘며, 무역 수지나 경상 수지는 사상 최대로 늘어만 가고, 엔고의 충격을 곧 흡수하여 성장, 물가, 수지의 세 마리토끼를 잡는 등 잘 발전되고 있음은 사실 놀랄만 하며, 이것이 일본 경제의 실상임을 잊어서는 안될 줄 생각된다.  78년 1:175, 88년 120. 95년에 80인데 그당시 미국의 경상 수지 적자는 각각 151억 달러 (인플레 7.6%), 1,670억 달러(미국 주식 폭락), 1,450억 달러(멕시코의 통화 위기)였음을 알고 보면 지금의 80에서 앞으로 50을 넘어서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도 거의 위기감이 없고 일본도 겉으로만 엄살이지 실은 차분하며 언제나 고요하게 잘 마무리해 나가고 있음을 보면, 결국 1:1이 될 때까지 미국과 일본의 겉으로 보는 경제 상황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얼마전 일본 통산성 주최의 국제 회의에 다녀오면서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일본은 그때도 엔고가 연일 계속되는 것을 예상했던 일이라 하면서 오히려 생산비 하락에 치중하고, 남이 갖지 않는 생산 시설, 부품, 소재를 개발하며, 엔고가 되는데도 오히려 무역 수지가 나아지는 기막힌 경제 구조와 체질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엔고가 되면 일본의 한계 수출 기업만 얼마쯤 넘어지거나 이들이 동남아, 중국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길 뿐 오히려 엔고로 인해 수입가격은 떨어지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산 특히 은행의 자산 가액이 그만큼 올라가면서 결국 일본 경제가 전체적으로 국부 확대라는 한 방향으로 치닫기만 하고 있다. 일본은 겉으로 엄살과 아우성을 표시하지만 내심은 반가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금 쌓이고 있는 국제 수지 흑자를 줄여야만 모든 문제를 치료하는 근본 대책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금 느긋하며 미국이 엔고를 부추기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달러 정책은 실패작이 틀림없다.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기 위해 나중에 큰 화를 자초하는 小貧大失의 바보스러운 짓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생산보다 소비를 우선하는 미국이 국제 수지 악화나 재정 수지 악화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저달러 정책을 쓰면 쓸수록 당장 효과는 얼마만큼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경제력이 일본에 비해 급속히 떨어지는 어리석은 결과가 앞으로 얼마 안가 눈에 띌 것이 확실하다. 이제 개인당 소득은 이미 미국이  일본에 뒤떨어졌고 인구는 배, 땅 면적은 수십배인데도 GNP는 앞으로 얼마 안가 일본에 뒤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고, 이것이 엔고가 되면 될수록 가속화되어 미국이 일본보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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